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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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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10. 30. 21:14 객원칼럼


    작성자: 한니발(hanniba)




    판결문 19쪽에는 오원춘에 대한 심리분석 결과가 제시돼 있습니다.


    피고인은 내향적, 소극적 성향으로 대인관계에 대한 욕구 없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여 친하거나 마음을 터놓을만한 친구가 없는 편이고, 또한 피고인은 열등감이 높고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 취약하여 충동적인 경향이 있는 반면, 감정 억제 경향성이 높아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대인관계 기술의 부족으로 인하여 가족이나 인간관계에서 고립되어 있으며, 특히 여성에 대한 열등감, 부적절감이 보이며, 사회성이나 대처능력의 부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부분과 함께 우리가 함께 돌아봐야 할 지점은 오원춘이 경찰 조사 단계에서 발기부전 환자라고 스스로 고백했던 부분입니다. 성관계 실패위험이 높은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행위능력과 욕구가 별개인 경우가 있을 수가 있습니다. 


    중곡동에서 가정집에 침입해 가정주부를 살해했던 서진환도 발기부전 환자였습니다. 그 발기부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범행수법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피해자의 저항 여부와는 관계없이 무차별적인 구타와 폭력을 집중시키면서 칼로 찌르기 전에 이미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는 전단계의 상태였고, 이후에는 거의 난도질에 가깝게 칼을 휘둘렀던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표출되지 못한 남성성이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되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난도질'이 갖는 의미도 평소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성기의 대용품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오원춘 역시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까지의 행동 양상은 거의 비슷합니다.


    "피고인은 계속하여 23:30경 피해자의 발목에 묶여 있는 청테이프를 양손으로 떼어내고, 입으로 피해자의 가슴, 입술 부위를 핥고, 양손으로 피해자의 다리를 벌려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넣으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몸부림 치며 발로 몸을 수 회 걷어차는 등 완강히 반항하자 중단하고, 청테이프로 피해자의 발목을 묶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2차례에 걸쳐 강간하려고 하다가 강간범행이 중단된 후, 주방의 싱크대 도구함에 있는 멍키스패너를 가지고 들어와 침대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왼쪽 머리 부위를 2회 힘껏 내리쳤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머리에서 피가 나고 침대 위에도 피가 튀자 피해자가 덮고 있던 이불로 피해자를 감싸 화장실로 옮겼는데, 도중에 화장실 앞에 이르러 피해자를 감싸고 있던 이불은 화장실 문 밖에 놔둔 채 피해자를 화장실 바닥에 눕혔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화장실로 옮긴 다음 방으로 들어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피해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다시 화장실로 가보았는데, 피해자가 손발을 좌우로 흔들며 몸부림을 치는 등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자 피고인은 방에서목도리(넥워머)를 가지고 와 피해자의 얼굴에 뒤집어 씌운 후에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결국 피해자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은 더 이상 피해자의 움직임이 없음을 확인하였으나, 방으로 들어가 담배를 한 개 더 피운 후 피해자가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방에 있는 멍키스패너를 가지고 와 피해자의 오른쪽 머리 부위를 다시 2, 3회 내리쳤다."


    살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프로페셔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정을 차분히 요약해보겠습니다.


    1. 강간을 시도했으나 본인 특유의 발기부전과 피해자의 반항이 결합해 범행을 실패하였습니다. 

    2. 충동적으로 둔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구타합니다. 

    3. 피가 튈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하고 이불로 급히 감싸 피해자를 화장실로 옮깁니다. 

    4. 사망 여부를 확실히 확인하지 못한 채 뒤늦게 아직 피해자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목을 졸라 살해합니다. 

    5. 그럼에도 다시 둔기로 이미 사망한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전형적인 충동살인을 저지른 첫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의 양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남규는 단 1회의 공격으로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는 등 스스로의 범행 실력에 대한 확신과 용의주도함이 있었습니다. 오원춘의 이 과정에서 여러분들은 어떤 체계를 느끼셨습니까? 체계가 없는 전형적인 충동살인이자 남성성 확인을 위해 여성을 지배하고 가혹하게 복수하는 심리적 양상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사체손괴 부분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주방에서 부엌칼을 가지고 화장실로 가서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 사체를 엎어 놓은 상태에서 오른쪽 다리 종아리, 왼쪽 다리 종아리, 뒤 허벅지, 엉덩이, 등, 오른쪽 어깨, 오른쪽 손목, 왼쪽 어깨, 왼쪽 손목의 순서로 피해자의 살점을 순차적으로 잘라 냈다."


    "위와 같은 작업이 끝나자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체를 앞 쪽으로 뒤집어 놓은다음, 부엌칼을 이용하여 어깨, 가슴, 배, 음부, 앞 허벅지 순서로 다시 피해자의 살점을 순차적으로 잘라 냈고, 그 후 부엌칼로 피해자 사체의 무릎을 절단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체에서 총 356조각의 살점을 도려낸 후 집에 보관하고 있던 비닐봉지 13개에 나누어 담고, 그 중 10개를 등산용 가방에 담아 세탁기 안에 넣어 두었다. 그러나 일부는 비닐봉지에 담지 못하고 화장실 바닥에 그대로 두었다."



    "피고인은 사체를 훼손하는 과정에서 부엌칼이 무뎌지자 집에 있던 칼갈이를 가져와 칼을 갈아 날카롭게 만든 다음 다시 피해자의 사체를 훼손하는 과정을 2, 3회정도 반복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사○의 살점을 도려내며 훼손하는 작업을 하던 중인 2012. 4. 2. 09:05경부터 09:07경까지 사이에 4회에 걸쳐 피고인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하여 음란물을 보았다."


    피해자를 살해하는 과정과 다시 그 사체를 훼손하는 과정에서 여러분들은 뭔가 부조화를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피해자를 살해할 때까지는, 충동적이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 없이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고 확인하려 하는 오원춘이 보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체를 훼손하는 오원춘은 분명히 다른 사람입니다. 자신만의 사체손괴의 체계가 있으며 능숙하게 살점을 조각냅니다. 칼이 무뎌지는 것을 확인하자 능숙하게 칼을 다시 갈고, 심지어 그러면서 음란물을 동시에 시청하는 멀티플레이까지 하는 프로페셔널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오원춘은 이런 정반대의 성향을 보인 것입니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이 부조화를 통해 여러분은 수사결과에 따른 범죄사실을 그대로 인용할 수 밖에 없었던 제1심 판사의 고뇌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1심 판사는 그래서 이런 말을 판결문에 남겨놓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단순히 유기할 목적이었다면, 위와 같이 상당히 정교한 방식으로 피해자의 사체를 절단한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는 반면, 비록 용도 자체가 밝혀지지는 아니하였지만, 피해자의 사체를 어떠한 불상의 용도에 제공될 계획이었다면, 위와 같이 정교한 방식에 의한 절단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점"


    더욱 결정적인 부분은 다음 부분일 것입니다.


    "피고인의 집에는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다수 있었기 때문에 손쉽고 신속하게 피해자의 사체를 절단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하였을 것임에도 피고인은 그러하지 아니한 채 부엌칼만을 이용하여, 그것도 무뎌진 칼날을 칼갈이로 가는 번거로운 방법을 반복해가며 피해자의 사체에서 살점만을 절단하였는데, 피고인의 위와 같은 사체손괴에 소요된 약 6시간은 유사사례에서 소요된 3시간보다 두배 이상의 장시간이었는바, ‘피해자를 강간하기 위한 의사 내지 목적’만으로는 피고인이 사체 절단을 위해 단시간에 가능한 용이한 방법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이 장시간을 요하는 고난도의 방법을 사용한 이유에 대한 의문이 쉽게 해소되지 아니하는 점"


    의문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끝을 흐렸지만, 판사 역시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고난도의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장기적출과 인육용 고기 절단이라는 점을요. 제1심 판사들은 제한된 증거와 자료 속에서 이렇듯 끊임없이 의문을 표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남겨놓습니다. 위에서 묘사된 고난도의 사체손괴 수법은 돼지를 죽인 이후 해체하는 작업을 주로 맡았다던 오원춘이 할 수 있는 기술이 절대로 아닙니다. 도살 기술자가 도축을 능숙하게 한다고 해서 사시미를 맡을 수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2. 범행의 동기와 목적에 대한 판단 속 느껴지는 제1심 판사의 고뇌


    이 제한된 근거 속에서 판사는 나름대로 확실한 메시지를 제시하려 애씁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를 강간하기 위한 의사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불상의 용도에 사체 인육을 제공하기 위한 의사 내지 목적’을 경합적으로 가지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번 성매매 업소에서 성교를 하거나 성매매 여성을 집으로 불러 성교를 하였고, 이 사건으로부터 불과 이틀 전인 2012. 3. 30.경에도 젊은 여자를 ㅇㅇ초등학교 후문에서 만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성교행위를 하는 등 평소 성행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가졌던 것으로 볼 수 있는바, 그와 같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기 위하여 자신의 집으로 납치까지 하였다면, 그 상태에서 수일에 걸쳐 수차례 피해자에 대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임에도,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를 상대로 2회 정도 강간을 시도하다가 조기에 이를 중단한 채 그 즉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음 부분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작성의 부검감정서 및 감정의뢰회보서는 “피해자의 사체 얼굴 부위, 목 부위 일부, 좌우 빗장뼈 부위 일부, 좌우 어깨뼈위 부위, 왼손 부위, 오른팔꿉뒤 부위 일부, 오른손목 부위, 오른손 부위, 왼발 부위, 오른발목 부위, 오른발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 부위에서 피부층 전체, 피부밑 연부 조직층 대부분, 골격근육층 대부분이 인위적으로 제거되어 소실되어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의 사체에서 분리된 살점들의 절단면과 그 형태(표피와 피하지방 부분을 베어내고 그 밑의 근육층을 별도로 베어낸 점, 절단면은 뜯어낸 형태를 보이고 있는 점)에 비추어 해당 살 점들은 사체에서 한 점씩 떼어내는 방식으로 절단(크게 살을 베어내고 써는 방식으로 절단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이 단순히 피해자의 사체를 절단하여 유기하는 데 그치려고 하였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피고인은 처음부터 피해자 사체를 손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피해자의 사망을 원하였음은 물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도 필요하였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확인 가격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라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확인 가격은 당시 피고인의 강간 목적 외의 또 다른 목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만 하면 판사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잘 보이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오원춘은 강간 목적으로 피해자를 납치했다가 강간이 실패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일까요? 피해자에 대한 저 정반대의 대처가 과연 오원춘 혼자서 한 것일까요? 아니, 대관절 오원춘이 한 것은 맞는 사실일까요?


    3. 판결문에도 명시된 2개월 간의 통화내역 삭제에 대한 의문


    "피고인이 최근에 사용하고 있던 핸드폰의 2011. 12. 31.부터 2012. 2. 28.까지 2개월간의 통화내역이 삭제되어 있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특별한 이유없이 통화내역을 삭제했다”고 진술하여(증거기록 제1757면) 그 삭제 이유가 석연치 아니한 점."


    삭제된 7분 36초 간의 112통합센터와 피해자의 통화내역, 그리고 곧죽어도 양념치킨 뼈라고 우기던 사람 목뼈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뼈 못지 않은 의문으로 작용하는 2개월 간의 통화내역 삭제에 대한 의문입니다. 2개월간 누구와 통화했을지 여러분이라면 대강이라도 파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애초에 통화내역 삭제 자체가 오원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과 경찰이 죽어도 7분 36초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경합해서' 판단해본다면, 이 미스터리에 대한 답이 보이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에서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피해자를 살해하기까지의 불안하고 자신감 없는 오원춘은 어디로 가고, 완벽한 프로페셔널 오원춘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일까요? 


    과연 오원춘의 범행이 맞을까?


    신문지상에 나온 항소심 판결의 간단한 요지는 의문을 해소하기는커녕, 부채질하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항소심 판결문에 대한 청구결과는 내일 무렵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다시 한번 꼼꼼이 짚어보고 주요부분을 나열하면서 의문점을 덧붙일 예정입니다.


    하루도 안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마냥 "2개의 자아를 연출한 오원춘"을 볼 수 있었습니다. 희안할 정도로 오원춘을 감싸는듯한 경찰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정당한 의문 제시에 '타진요'니 '악플'이니 꼬리를 덧붙일 정체불명의 존재들만 나타나면 완벽해질텐데 아직 거기까지는 손을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긴, 판사도 구워 삶으려면 충분히 구워 삶았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을 보면 적어도 제1심 종료 시점까지는 그럴 경황이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항소심에 가서야 이들의 '의도'가 조금 더 잘 보이는 판결이 제시됐던 것입니다.


    그만큼 오원춘 사건은 갑작스럽게 일이 터짐으로써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했을만큼 '의도한 사건'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전만큼의 완벽한 조직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항소심에서부터 조금 더 확실히 드러난 이 사건의 실체는 항소심 판결문이 도착하는대로 바로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아수라.